유교개혁사에서 파리장서운동의 의미와 가치

Abstract

이 논문은 유림의 대표적인 독립운동인 파리장서운동 백주년을 기념하여 이 운동의 경과를 유교 개혁사의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파리장서운동을 유교계 독립운동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 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전통 유교의 조직 방식과 화이관을 극복한 점을 감안하면, 파리장서운동의 의미를 조선 후기 이래 유교 개혁사의 큰 흐름에서 파악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병전쟁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일본은 조선 장악을 위해 유림 친일화 정책을 실시했으나 대부분의 정통 유림은 그에 호응하지 않은 채 시대의 변화를 살펴보며 은거하고 있었다. 둘째, 기존 학맥과 사승 관계의 네트워크가 여전히 활용되기는 했으나 파리장서운동은 3·1운동을 목도한 청장년 유림의 정서적 충격을 통해 성격이 다른 복수의 세력이 협력하여 ‘아래로부터 위로’ 조직화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셋째, 파리장서의 내용과 서사를 분석한 결과로 보면 파리장서는 정통 유림의 독립선언으로서 유림이 화이론적 질서에서 벗어나 근대 세계 질서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유교 개혁사의 중요한 문서이기도 하다. 넷째, 파리장서운동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유교인은 근대적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유교계의 혁신과 건국운동 그리고 민주화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