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미국 벽화 운동의 시작

Abstract

본 연구는 1876~1920년대 후반 미국 북동부 도시들의 공공 기관을 장식한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들의 태동과 전개에 관한 연구이다.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은 미국의 건축가, 화가, 조각가들이 연합해 유럽 미술의 경향을 미국적 벽화 미술로 전환시킨 미술 운동이다. 당시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의 체제뿐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유럽을 발전 모델의 전형으로 삼았다. 아메리칸 르네상스는 15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 문화가19세기 미국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유한 용어로서, 미국 미술가들은 공공 건축과 벽화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모태로 삼았다. 미국이 벽화의 전형으로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지목한 것은 이 시기 벽화가 어느 때보다 가시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라고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미술 교육을 위해유럽으로 건너간 미국 학생들이 귀국하기 시작한 1880년대 이후였다. 1865~1900년 사이에 건축과 미술에 관심 있는 미국 학생들은 유럽식 교육의 혜택을 받기 위해 대거 유럽으로 향했다. 미국 유학생들은 미국보다 풍부한 교육의 기회, 동료들 간의 활발한 교류, 역사적, 예술적으로 참조할 대상이 풍부하다는 점과 직업인으로서 미술가에 대한 인식이 높다는 이유에서 유럽의 도시들을 선호했다. 이후 미국 미술은 전통과 구상의 강조, 고전적이고 아카데믹한 기법과 볼륨 있는 형태, 질감에 대한 세심한 묘사 등을 선보이며, 1870년대이전 미술과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미국 유학생의 증가와 함께 미국 벽화가 발전한 또 다른 근본적 이유는공공 건축의 증가와 그에 따른 실내 장식의 증가 때문이다. 워싱턴, 뉴욕, 보스턴과 같은 미국 북동부 주요 도시들에서 의사당, 법원, 시청, 철도역, 도서관과 같은 공공 건축물이 속속 건립되었으며, 공공장소를 아름답게 하는 도시미화 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의 한 형태로서 진행되었다. 도시의 미, 질서, 체계, 조화로 표현되는 도시 미화 운동의 이상은 시청, 의사당, 법원, 학교,도서관, 병원, 공원과 같은 공공 건축물로 환경을 개선시키는데 있다. 이로써미국 북동부 도시들에서 공공 건축의 붐과 공공 영역에 대한 벽화 장식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미술운동으로서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은 1890년대 보스턴 공공도서관 벽화, 콜럼버스 만국 박람회 벽화 프로젝트와 미국 의회 도서관 벽화들로부터 강력한 추진력을 얻었으며, 이 벽화 프로젝트들은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의 두 가지 주요한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는 보스턴 공공 도서관벽화들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들을 선정함으로써 유럽 미술 경향을 선보인 것이며, 다른 하나는 콜럼버스 만국 박람회 벽화 프로젝트와 이를 이어받은 미국 의회 도서관 벽화들이 미국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적 경험의 내러티브와 에피소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890년대~1920년대 후반까지 진행된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경향이 유럽식의 알레고리와미국식의 산업, 역사를 재현한 벽화로 발전해 갔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위벽화들의 두 개의 큰 흐름은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의 지배적인 양식으로일찌감치 자리매김 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들은 이벽화들의 미학에 공감하고 모방하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팽창해 당당하게 미술의 한 장르로 독립하고 자율성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