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나 소설 연구Ⅱ­- 『매화틀』, 『세 번째 만남』을 중심으로 ­

Abstract

이 글은 50년대 후반 등단하여 80년대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한 여성 작가 최미나 소설에 대한 두 번째 연구이다. 첫 소설집 『합류』에 주목한 첫 번째 연구는 50년대 사회 구조나 삶의 가치체계의 변화를 서사구조의 원리로 삼고 있으며, 여성성이 60년대 확고한 여성의 입상들로 편입되는 과도기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글은 후속 작업으로 『합류』의 평가와 연동하면서 『매화틀』과 『세번째 만남』을 살펴봄으로써, 60년대 이후 작가의식의 구축 과정을 밝히고 최미나가 여성문학의 장에서 거론될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매화틀』 이후에는 『합류』에서 보이는 역사적 전환의 실상들을 단지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60년대 이후의 사회적 변동과 가치체계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경제 자본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 구조와 구성원들의 부패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60년대를 전쟁에서 생긴 잉여를 수습하는 과정이면서 70년대 근대화 추진의 초석을 다진 시기로 의미를 부여한다. 아울러 『매화틀』 이후 작품들에서는 여성성도 안정된 가운데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낸다. 그 결과 사회와 인물에 대한 객관적 거리감이 생기면서 삶의 여러 단면과 양상을 진단하고 인생과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삶이란 배반과 용서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형상이며 종족 보존을 위한 남녀의 인정 투쟁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따라서 인간이란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슬픈 족속이고 주어진 성품대로 사는 것이 운명 아니겠느냐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한편 50년대 『합류』에서 보인 여성들의 심리적 불안과 피해의식들, 그리고 현실도피적인 탈주의식들이 사라지면서, 『매화틀』 이후 작품에는 사랑이란 믿음의 깊이만큼 정비례해서 배반도 함께 공존한다는 것임을 강조하고, 열정이라기보다는 책임에 가까운 것임을 주장한다. 따라서 사랑이란 믿음의 무게만큼 배반을 간직함으로써, ‘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인지 모른다’라는 탄식이야말로 그의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삶과 사랑의 본질로 다가온다. 특히 첫 소설집 『합류』에서도 아이러니 구조 속에서 해학과 희화화를 통해 사회구성원의 언어와 사회계층구조의 변화를 읽어내는 특징을 가졌듯이, 『매화틀』 이후 작품에서도 아이러니의 핵심 요소인 대조, 반전, 상반성, 풍자를 통한 사회비판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인간 본질에 이르는 문학적 특징을 이룬다. 따라서 최미나는 분명 50ㆍ60년대 여성작가군에서 거론되어야 할 작가이며 60년대 여성문학의 지형도 안에서 우리는 의미를 부여할 의무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