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2차 규범의 국내이행과 적용

Abstract

국제기구의 2차 규범(secondary law)이란 국제기구법의 1차 규범이자 국제기구의 법인격의 근거인 설립협정에 기초하여, 기구가 결의, 결정 등의 형식으로 채택하는 법규범을말한다. 국제기구에서 만들어진 2차 규범은 회원국들의 의사결정이나 입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회원국 국내법체계 하에서 그 집행이나 규범적 확보의 과제를 부과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 2007년 12월 27일 선고 2007두 11177 판결은 이와 같은 국제기구 2차규범의 국내이행과 적용과 관련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남극생물자원보존협약 에 따라 설치된 남극생물자원보존위원회(Commission for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CCAMLR)가 정한 보존조치에 따른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다룬 사건이다. 이번 판결은 국제법의 1차 규범이 아닌 2차 규범 적용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사건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국제기구 1차 규범(조약)과 2 차 규범에 대한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판결을 내림으로써, 국제법규범에 대한이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국제법규범 이해 부족으로 인하여, 수범자의 법에 대한 인식 없이 법이 적용, 해석, 집행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법원은 이빨고기의 전재제한처분 사건에서 국제기구의 2차 규범의국내법적 효력, 국제법규범의 직접 적용성, 그리고 관련 이행 입법 필요 여부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사법부가 국제법의 국내 적용과 관련하여행정부, 입법부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삼권분립이 제대로 지켜지지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빨고기의 전재제한처분무효확인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남극생물자원보존위원회를비롯한 상당수의 국제기구 2차 규범은 우리나라에서 공시조차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극생물자원보존위원회가 채택한 보존조치(어획물의 전재, 양륙 등의 금지)와 같이 개인의권리, 의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제기구 2차 규범의 국내 이행과 적용을 위한 법체제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공포를 위한 절차와 수용 조항 또는 이행 입법 마련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