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과 자격생태계, 그리고 직업집단의 이해 국가기술자격의 도입, 1974～2004

Abstract

그동안 직업사회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자격에 대한 연구들은 그 대부분이 자격과 노동시장 성과 간의 관계를 탐색하거나, 개별 자격의 도입과정에 대한 사례연구에 초점을 두어 왔다. 하지만 자격체계와 그 구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끈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논문은 국가기술자격제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격의 도입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자격체계의 변동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를 심화시키고자 한다.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필요한 전문 기술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4년에 마련된 국가기술자격제도는 26개 분야, 5개 등급에 수백 종의 자격을 포함하고 있으며, 초기에는 중화학공업과 건설업 중심의 자격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자격이 도입되면서 그 구성이 끊임없이 변해왔다. 신설과 분화를 통한 새로운 자격의 도입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논문은 크게 두 가지 이론적 시각을 활용한다. 첫째는 개별 자격들이 자격생태계 내에서 그 핵심적 자원인 응시자를 매개로 한 경쟁관계에 있다는 생태학적 입장으로서, 이에 따르면 동일한 적소를 공유하는 자격들 간의 경쟁이 자격의 도입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둘째는 직업집단의 이해를 강조하는 입장으로서 이에 따르면 직업집단의 권력과 이해를 보호하고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자격이 도입되거나 그 도입이 억제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1974년부터 2004년까지 존재했던 1500여 국가기술자격을 대상으로 종단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 두 가지 관점이 모두 자격의 도입을 독립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응시자에 비해 자격의 수가 많은 분야, 그리고 기존의 자격들이 응시자들을 대거 흡수하는 분야에서는 자격의 추가적인 도입이 억제되었으며, 이러한 생태학적 효과는 자격의 전문성이 약한 등급에서 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집단은 그 직업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직업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자격의 도입에 적극 나서지만 일정한 정도 직업적 권력이 확보되는 경우 자격의 도입보다는 수직적 분화를 통해서 직업지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향후 직업사회학의 발전을 위한 함의를 토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