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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약관규제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약관규제법은 이른바 ‘실질적 계약정의’를 위하여 계약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진 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질적 계약정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만큼, 약관규제법의 규범적 정당성을 ‘실질적 계약정의’에 두고서 전개하는 모든 논의는 공허하고 추상적인 담론으로 흐를 염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경우 약관거래의 문제점은 ‘부합계약’의 이론을 통해서 독일에서보다 더 먼저 제기되었으며, 1970년대 후반 이후 특히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 다루어진 바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 약관규제법의 규범적 정당성을 파악하려 할 경우, 약관규제법이 자칫 이익집단을 위한 차별입법인 것처럼 오해될 여지가 있다. 오늘날 약관규제법의 적용범위가 사업자-소비자 간의 관계에만 미치지는 않고, 사업자-사업자 간의 관계 역시 보편적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약관규제법의 규범적 정당성을 ‘소비자보호’에 두려는 시도 역시 다소 편협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관규제법의 규범적 정당성을 ‘실질적 자기결정의 보호’에서 찾으려는 노력 역시 그 나름의 한계를 갖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약관규제법은 고객에게서 실질적 의사결정의 자유를 오히려 박탈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 역시 직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보다 자유를 제한하는 기능이 더 강조되는 약관규제법에서 그 규범적 정당성이 자유의 확장에 있다는 역설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관규제법의 규범적 정당성은 사실 거래비용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약관거래의 특수한 위험상황에 대한 완충작용 또는 거기서 발생하는 여러 불가측적 사고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기능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측면이 오히려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약관규제법은 계약자유의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그 나름의 보완적 역할은 톡톡히 하는 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약관을 법적으로 규제한다고 하는 관료적 수단의 동원에 대해 일방적이고도 무제한적인 신뢰를 부여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 역시 아니다. 약관규제는 그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경제에 대한 관료의 통제권한을 강화시키고, 악덕사업자들의 규제에 대한 내성을 높이며, 각 권리주체들의 자기결정력과 자발적 위기대처능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약관의 규제를 통한 긍정적 효과와 구체적 성공경험이 설령 풍부하게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미래에 대해서까지 절대화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워드
- 제목
- 약관규제법의 규범적 정당성에 관한 고찰
- 제목 (타언어)
- Die Wertungsgrundlagen des AGB-Gesetzes
- 저자
- 백경일
- 발행일
- 2014-09
- 저널명
- 고려법학
- 권
- 74
- 페이지
- 43 ~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