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고분의 帷帳의 설치와 기능

Abstract

본 연구는 최근의 중국 고분미술의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2차원적 평면 형식으로 표현된 고구려 벽화의 배치와 구성을 건축적 요소(구조와 설치물)와 장식적 요소(회화)가 결합된 3차원적인 공간으로 인식하여 이해하고자 하였다. 고구려 초기와 중기 벽화고분에서 발견되는 (제)단, 휘장 걸이용 小孔, 관대, 감실의 설치 등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은 고구려 벽화고분의 전체적 장식 계획과 일정한 관계를 가지고 고려 설치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문에서는 고구려 고분이라는 장의 공간에서 장식문양의 기능과 역할을 ‘왕’자유운문과 小孔의 출현사례를 통하여 고찰하고, 중국 고분의 병풍, 帷帳架, 石床, 제대, 圍屛石榻, 가옥형 石槨 출토 사례를 비교하여 그 기능과 역할을 알아보았다. 고구려 벽화고분의 帷帳의 기능을 세 가지 비교사례를 통하여 고찰하였는데 첫 번째 사례는 戰國~漢代의 帛畵(帛書畵, 棺壁帛畵, 覆棺帛畵)와 같이 魂帛, 引魂幡, 仙幡, 帛質의 “墓志”으로 역할 하였을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일본의 천수국만다라수장으로 성덕태자의 극락왕생을 위해 제작된 수장이 실제로 성덕태자의 葬具로 기능하였다는 견해가 있어 주목된다. 마지막 사례는 백제의 무령왕릉으로 제대의 설치와 휘장 장식 부속구로 추정되는 은제금구가 최근 확인되었다. 무령왕릉의 연화문 장식문양과 철정의 설치는 고구려 장식문양 고분의 小孔과 연관하여 고대 한국의 장식문양고분과 유장의 설치의 관계에 대하여 흥미로운 비교사례를 제시한다. 고분미술에서 건축과 장식이 결합되어 나타내는 것은 묘주의 영좌 또는 묘주를 제사지내는 공간의 표현이다. 중국 위진남북조 고분의 병풍, 유장, 석상, 석곽 등 고분 내 구조물에 대한 비교 연구는 2차원적인 벽화로 표현되든 3차원적인 조각이나 건축으로 표현되든 고구려와 중국 고분 안의 관, 곽, 유장(휘장), 석탑은 모두 묘주를 위한 葬具로서 묘실 안에 일정한 상장 의식과 장의 풍속에 따라 설치된 것임을 보여준다. 고구려 벽화고분 중에서 이러한 건축과 장식의 기능과 관계를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순천의 천왕지신총으로 묘실 전체가 장식 휘장이 둘러쳐진 목조가옥 안에서 묘주에 대한 제사를 드리는 葬儀 공간을 형상화하고 있다. 천왕지신총의 벽화장식과 건축적 특징은 고구려 벽화고분의 묘주도, 장식문양도, 帷帳, 목조구조물이 어떻게 결합되어 축조되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장식적 특징은 북위 송소조묘의 가형 석곽을 연상케 하며 중국 고분에서 발견된 가형 석곽과 석탑이 가진 제의적 상징성, 고분 내에 석조로 재현된 목조 사당의 상징성을 공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