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시학 - 플로베르의 『살람보』

Abstract

플로베르는 꿈꾸게 하기 를 소설에서 실현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다. 그는 문학의 목표는 감동이 아니라 환상이라고 할 만큼 환상에 절대적인 가치를부여했던 것이다. 플로베르가 살람보 를 쓴 것은 사라진 고대 문명 카르타고를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소설의 수법을 고대에 적용시켜 환상 이라는 문학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고대 카르타고에 대한 자료가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선명한 이미지를 지닌 환상을 소설에 부여할수 있을까? 환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 환상을 주기 위해서는 충실하게 현실을 그려야 할 필요는 있다. 역사 연구와 자료조사, 현장 탐사는 이런 맥락에서 필수적이었다. 본 논문은 고대를 주제로 한 살람보 에 환상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 있는지인물과 배경, 그리고 종교의 차원에서 고찰한 것이다. 옛 사람들의 심리는 짐작하기어렵고,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고대 문명의 모습도 막연했지만 플로베르는 선명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기록을 철저히 연구했고, 그 행간은 상상력으로 채웠다. 또한 역사적 인과관계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그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플로베르는 소설에서 고대 종교를 이용했는데 그 덕분에 소설의 환상에 필수적인 연속성과 충만함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살람보 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환상을 창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살람보 는 오로지 묘사라는 유일한 힘만으로 지탱되는 순수 소설, 작가가 꿈꾸었던 아무 것에도 관하지 않는 책 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