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기 개경 행정구획과 ‘里’의 양상

Abstract

본고는 고려 개경의 행정조직이 신라 이래의 里坊制가 아닌 坊里制로 구획된 배경에 유의하여, 고려시기 개경 행정구획의 양상을 특히 里(洞)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개경의 5부방리 행정구획은 태조 때부터 개주 邑의 내외로 구성된 기본 영역 중 邑內를 대상으로 궁궐ㆍ관청ㆍ시전 등이 있는 중심지에서부터 부방리로 구획되었다. 이후 시설과 인구가 늘어나 용수산과 덕암 등 중심지 주변으로 주거지가 확산되면서 늘어난 마을들을 行政里로 묶고 이들을 기존의 방을 조정하여 거기에 편입시키거나 방을 신설하여 편제함으로써 읍내의 방리 구역이 조밀해지고 방리의 숫자도 늘어나는 등 변동이 있게 되었다. 이를 반영한 것이 성종 6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나타났다. 현종 때 나성축조 즈음에는 태조 때 邑外 지역이었던 주로 동ㆍ서교 일대의 마을까지 방리로 편제되어 각 부에 편입, 보다 조밀하게 읍의 내외가 편제되어갔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읍의 내외로 구성된 개경의 기본 영역에 행정력이 보다 정교하게 투입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편 고려 개경이 신라 왕경의 리방제를 따르지 않은 이유는, 坊制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연마을을 기초로 대체로 리를 묶거나 나누어 방으로 조직하여, 행정적으로는 방의 세부단위가 리가 됨으로써 고려 개경은 방리제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리 이름이 방 이름과 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정사와 문집․묘지명․지지 등의 자료에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개경 행정의 최말단을 형성한 里의 개수는 모두 90여 개 정도이다. 里(洞) 자료를 통해 보면, 고려전기 개경의 5부방리제는 이후 인구의 증감, 시설의 확충․개폐 등의 요인과 이로 인한 인적․물적 자원 동원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세부적으로 조정되어갔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십자가와 시전이 있는 중부가 가장 인구가 많았으며, 국초에는 궁성(황성)이 위치한 서북쪽이 중심이었으나 중․후기로 가면서 점차 중부와 동․남부 쪽으로 궁궐과 관청 시설이 들어서는 등 주거․인구의 대상지가 이동하여가는 경향성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