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판과 서사적 정체성의 역학 관계－MBC FM 『라디오 여성시대』를 중심으로－

Abstract

국어교육에서 요구되는 서사교육의 대상과 방법은 서사 현상이라는 폭넓은 사태로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서사 현상은 본질적으로 소통을 전제한다. 그런 점에서 서사적 소통은 이야기판을 형성하며, 이 속에서 서사적 소통을 수행하는 주체들은 서사적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언어에 의해 형성되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이 연구는 서사 문화의 국어교육적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 의식을 바탕으로 이야기판과 서사적 정체성의 역학 관계를 따져보았다. 사연 중심의 프로그램인 라디오 여성시대를 대상으로 청취자와 진행자의 관계 속에서 서사의 생산과 소통 그리고 수용을 서사적 소통의 맥락으로 다루어 내었다. 우선 라디오 여성시대를 대상으로 전파 매체가 형성하는 이야기판의 특성을 서사적 소통의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라디오 이야기판이 보여주는 서사적 소통 방식의 특성은 1) ‘다시 말하기’로서 서사적 중개, 2) ‘메타 서사화’를 통한 경험의 공유, 3) 노래를 통한 이야기 풀기와 매듭짓기 등이다. 이러한 소통 과정에서 생성되는 ‘서사적 정체성’의 의미는 1) 기억의 복원을 통한 정체성의 확인, 2) 이야기 치유의 방법으로서 서사적 추론, 3) 자아의 확장과 서사 문화의 현동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소중한 사연을 라디오 매체를 통해 공유하는 일은 서사적 실재(reality)를 구성하는 행위이다. 이는 자아를 확장하여 타자의 지평으로 넓혀가는 서사 현상이다. 이야기의 연대 속에 서사 주체들은 의미 만들기를 수행하는데, 그러한 과정 중에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세계를 재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서사적 소통 현상은 일종의 ‘서사 문화 만들기’로서 교육적 의미를 지닌다. 학습자 자아의 이야기를 넘어 나와 남의 이야기를 상호 소통시키는 교육의 장을 시사하는 것이다. 결국, 국어교육에서 요구되는 서사교육의 방향은 학습자간의 상호 소통을 통한 의미 만들기, 나아가 서사 문화 만들기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다양한 자아 이야기의 생산도 좋지만, 교육이라는 복수의 장을 고려한다면, 학습자간 상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