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텍스트성에 의한 소설 텍스트 재구성으로써 영상화 - 김유정 원작과 하명중 감독의 영화 〈땡볕〉을 중심으로-

Abstract

영화 〈땡볕〉은 소설 원작 「땡볕」과는 상당한 간극을 보이고 있다. 소설이 이미지 중심의 단일한 서사 모티프 요소가 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영화는 오히려 김유정 작품 전반의 모티프와 주인공들을 한데 집결시켜 놓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또한 김유정 소설안의 인물들이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 불만을 표면적으로 제기하지 않고 그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반해서 영화감독 하명중의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 〈땡볕〉이 사회적 상호텍스트성 속에서 가지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텍스트는 소설과는 다르게 사회의 다른 텍스트들과의 관계를 강회함으로써 김유정의 텍스트를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여성주인공들이 돈이나 물질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이 현실을 견디려고 하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소설과는 다르게 인물들의 세계에 대한 대응 방식을 무력한 남성성, 강인한 여성성, 분노하는 민중성 등 세 가지로 분류함으로써 사회적 의미망을 보다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또한 소설 텍스트보다 여성성을 강화함으로써 현실 문제를 바로 직면하고자 했다. 영화에서 남성은 퇴치되어야 할 과거이자 부정적 정체성을 가진 반면 현재의 문제 해결의 중심에는 여성이 자리하고 그 여성이 현실을 극복하는 미래의 희망은 자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신화에서는 남편과 헤어지지만 자신의 지혜로 현실을 인내해서 극복한 여성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신화 속 인물은 〈성주풀이〉의 막박부인과 〈궁상이굿〉의 명월각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남편과 헤어져 시험을 당하지만 자신을 지킬 뿐 아니라 남펀까지도 구해내는 여신들이다. 우리는 동시대의 작가 김동인의 주인공들이 돈과 함께 파멸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심지어 김동인의 여주인공들은 죽음에 이르는 지점까지 파멸된다. 김유정의 여주인공들은 우리 신화의 원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신화의 여성성은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김유정의 여성 주인공의 삶 속에 현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신화의 여성성의 실현이 김유정 소설과 하명중의 영화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으며 그 여성성이 보여주고자 하는 시대적 담론이 무엇인지 상호텍스트적인 방법론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한다.